ABC 한인 여성앵커 아버지의 '선견지명'
“미국에 데리고 온 아이들에게 항상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을 정복하러 온 개척자라는 마음을 갖고 살도록 가르쳤습니다.” 미 ABC 방송의 첫 한인 간판 앵커로 부상한 주주 장(44)의 아버지 장팔기(78) 실리콘밸리 前한인회장은 11일 실리콘밸리 지역내 서니베일에서 운영중인 모텔 ‘프렌드십 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녀들이 강한 한국인으로 성장하길 희망해 왔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태생인 장 전회장이 가족과 함께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건 1969년. 장 전회장은 당초 2년간의 유학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찾았지만 자신의 유학 생활보다는 가족을 돌보는 데 매달려야 했고 지금까지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 땅을 밟았을때 주주 장은 4살로 당시 세딸의 막내였다. 장 전회장은 이민자이지만 이민이란 단어를 매우 싫어한다. 자녀들이 타국에 이민온 소수 민족이라는 의식 때문에 열등감과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평소 자녀들에게 ‘너희는 이민자가 아니라 정복자’라고 가르쳐 온 이유다. 장 전회장은 이민 생활 초기 미국서 보기도 힘들었던 ‘삼성 TV’를 사서 가족들에게 자랑했다. 자동차는 도요타 소형차를 선택했다. 당시 미국인 뿐 아니라 이민자들 조차 쳐다보지도 않던 TV와 자동차를 선보이며“한국 등의 제품이 조만간 미국을 지배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당시로선 다소 황당한 호언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인하지 못한다. 주주 장의 어머니 전옥영(73)씨는 “애들이 가끔 그때를 생각하며 ‘우리 아버지 선견지명’ 대단하시다며 감탄한다”고 말했다. 장 전회장 부부는 유학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와서 단 2년만 머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영문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장 전회장이 지금 슬하에 둔 1남 4녀의 자녀가 모두 비슷한 방식의 이름을 가졌다. 한국 이름의 끝자를 딴 미미, 제이, 주주, 연 등이 그들의 이름이다. 한국에서 해양대학을 다니며 수영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장 전회장은 자녀들이 정복자로서 우선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주주 장에게는 매일 수영을 가르쳤다. 주주 장은 형제들 중에서도 유달리 활발한 성격에다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수영을 한 뒤 학교를 다녔다. 고교 시절부터 수영을 잠시 접고 학업에 매달렸다. 주주 장은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모두 입학 허가를 받았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야 할 동부의 하버드대 대신 스탠퍼드대를 택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정치와 커뮤니케이션을 복수 전공한 주주 장은 탁월한 성적 등 덕분에 교수의 추천을 받아 ABC 방송기자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부터 ‘스피치’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 온 주주 장은 대선과 테러 참사 현장 등을 누비며 방송기자로서의 명성을 쌓았고 미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가 ABC에 재직하던 시절 함께 사회자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주 장을 비롯한 장 전회장의 ‘정복자 딸’ 4명은 남편이 모두 미국인이다. 모두가 미국에서 연애 결혼을 했다. <연합>